[다시 간다]사람 죽어나가는데…선 넘는 ‘전기울타리’

2022-07-19 3



[앵커]
일주일 전 충북 옥천에선 야생동물 접근 방지용 전기울타리에 부녀가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가 났죠.

감전 위험을 막는 장치도 달지 않고 220볼트 전기를 연결해 사용했는데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남영주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산 중턱에 있는 과수원.

2년 전 등산하던 30대 여성이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감전 사망자 동료]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굉장히 충격이 컸고 마음이 많이 아팠죠."

멧돼지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을 막으려고 설치한 전기울타리에는 220 볼트 전기가 연결돼 있었습니다.

울타리를 설치한 농장주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금고 1년형을 받았지만 사고가 난 과수원 주변에는 여전히 전기울타리가 있습니다.

'고압주의' 표시가 달려있지만 작아서 눈에 띄진 않습니다.

[농장주 부인]
"(전기업체가 와서 울타리를 만들어 준 거예요?) 그렇죠. 잘 돼 있다고는 말 못 해요. 사고는 언제 날지 모르는데."

일주일 전 충북 옥천에서도 밭에 설치된 전기울타리에 감전된 부녀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숨진 60대 남성은 밭 주인으로 전기울타리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
"나보고 '전기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다니시오' 그러더니 결국은 본인이 갔어."

이곳도 경고문 표시가 허술하긴 마찬가지.

[이대동 / 한밭대 전기공학과 박사]
"한글로 위험이라고 적혀있던 부분이 지워져있네요. 일반인들이 감지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개선해야…."

전압전류제어기 없이 220볼트 전기를 연결한 것도 2년 전 상주 사고와 판박이입니다.

전기울타리는 전기가 흐르는 목책선과누전차단기, 전압전류제어기 등으로 구성됩니다.

전문가가 제어기가 달린 정상적인 전기울타리의 전압을 재 봤습니다.

순간 최대 전압이 1만 4천볼트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제어기가 전류를 흘리다 끊기를 짧은 시간 빠르게 반복해 목책선에 닿아도 정전기 수준의 '따끔'하는 통증만 순간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풀이나 나무가 자라 목책선에 닿으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농가에선 벌초 대신 제어기를 없애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동물 차단 효과를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신종민 / 전기울타리 설치기사]
"풀이나 나무, 철이 닿으면 전압이 낮아지거든요. 전압이 약하다는 생각을 하시다보니까 바로 220V를 꽂아서 사고가 발생하는…."

사설 전기울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가 보조금을 줘서 만든 울타리조차 사후 점검 규정이 없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보조사업을 통해서 한 거니까 본인(농가)이 관리하시는 겁니다. (정기점검을 나가진 않고요?) 네."

정부 부처들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 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이고 환경부 소관이기 때문에. 환경부 쪽으로 한 번 다시 문의를 해보시는 게…"

[환경부 관계자]
"밭작물 쪽 울타리라고 얘기하시는 거 보니까 그렇게 되면 저희가 관련이 아니거든요."
 
전기울타리 현황 전수조사와 정기적인 점검이 시급합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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